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일 보험업계와 학계, 유관기관, 연구기관 등이 함께 하는 제2차 보험개혁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체감형 보험상품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구성하며 10대 추진전략과 60개+알파(α)의 개선 과제를 발굴한 바 있는데 이 가운데 국민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과제부터 우선 논의해 그 결과를 이날 발표한 것이다.
우선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사고 환급형 여행자보험과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무사고 환급금을 보험업법상의 '특별이익'으로 인정해 허용키로 했다.
앞서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6월 '여행자보험을 출시하면서 가입자 모두에게 10%의 '안전 귀국 할인 환급'을 제공했다. 해외여행시 사고가 나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존 해외여행보험과 달리 가입자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귀국하면 보험료 10%를 돌려주는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해당 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무사고 귀국시 축하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보험료 일부를 환급해주는 유사한 형태의 여행자보험 상품이 손해보험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무사고 환급형 여행자보험이 손해보험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해보험은 보험업법에 따라 우연한 사건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장하는 상품인데 무사고 환급금을 지급하는 것은 손해보험의 정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이었다.
무사고 환급형 여행자보험 논란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시장점검을 벌인 뒤 무사고 환급금의 적정성을 보험개혁회의에서 검토해 왔다.
당국은 무사고 환급금을 보험업법상의 특별이익 일종으로 명시적으로 포섭하고 특별이익 한도 내에서 자유로운 지급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업법상 특별이익으로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과 관련해 계약자에게 최초 1년 납입보험료의 10%와 3만 원 중 적은 금액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여행자보험 뿐만 아니라 펫보험 등 다양한 손해보험상품에서 무사고 환급 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특별이익 한도 조정, 사업비 할인 방식의 무사고 환급금 허용 등 추가 과제도 연말까지 검토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또 금융당국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임신·출산에 대한 보장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임신과 출산은 보험상품의 보장 대상 인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 모호해 관련 보험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보험상품은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데 임신·출산이 우연한 사건이냐가 쟁점이었다.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 논의를 통해 임신·출산을 그 가능성과 시기의 우연성 등을 고려해 보험상품 대상에 편입키로 했다. 이를 통해 임신·출산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이나 여성보험 개발이 촉진돼 임산부의 의료비와 일시적 소득상실, 산후관리 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사고이력이 있는 대리운전기사도 합리적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인·할증제도를 대리운전자보험에 도입키로 했다. 사고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해 할증하며 무사고 기간(최대 3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한다.
대리운전자보험 인수기준을 완화해 사고이력이 많은 대리운전기사의 보험가입 기회도 확대시켜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도입된 '간단손해보험대리점' 제도와 관련해 생명보험이나 제3보험 상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판매상품을 확대해주기로 했다.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은 여행사가 여행자보험을 팔거나 동물병원이 펫보험을 파는 등 상품 판매자가 판매상품과 관련한 소액·단기보험을 팔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생명보험 상품은 취급할 수 없었다.
이밖에도 보험개혁회의는 서면안건으로 보험회사의 장기요양서비스 부수업무 허용, 항공기 지연 관련 지수(指數)형 보험 도입 추진 등을 의결했다. 외국인의 보험가입 편의성은 개선하되 도덕적 해이는 방지하는 방안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정보공개 절차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